본문 바로가기
음악과 라이프/누구나 클래식

바흐의 프렐루드 1번과 평균율 클라비어 — 그 속에 숨겨진 우주의 비밀

by 산책하는 곰 2026. 5. 11.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 음표 속에 숨겨진 우주의 질서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처음 들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잔잔하게 흐르는 반주 위로 선율이 얹히는 순간, 무언가 마음속 깊은 곳으로 침잠하는 느낌이 들지요. 그 반주를 가만히 들어보면 단순한 화음이 물결처럼 반복됩니다. 리드미컬한 반복이 마음속에 겹겹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뇌가 그 리듬에 동조하기 시작합니다. 

뇌과학적으로도 일정한 리듬 패턴은 뇌파를 안정된 알파파 상태로 유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음악 앞에서 편안해지고, 살짝 고조되는 순간에는 감성이 깨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곡의 베이스에 반복되는 화음, 반주는 바흐가 작곡한 곡입니다.1722년에 바흐가 쓴 평균율 클라비어 1권의 첫 번째 곡, C장조 프렐루드 BWV 846이 그 원곡입니다. 구노는 130여 년 후 이 프렐루드 위에 선율을 얹어 아베마리아를 완성했습니다. 바흐의 화성이 그만큼 완벽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악보와 우주적 질서를 상징하는 이미지
바흐의 음표속엔 우주의 질서가 담겨있다- 평균율 클라비어는 수학과 음악이 만난 건반음악의 구약성서 AI생성


평균율이란 무엇인가— 수학적 법칙인 우주의 질서

평균율을 이해하려면 바흐 이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에는 특정 조성에서는 아름답게 들리지만 다른 조성에서는 음이 어긋나는 조율 방식을 사용했습니다.C장조에서는 완벽하게 조율된 피아노가 F#장조에서는 삐걱거렸습니다.

바흐는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했습니다. 옥타브를 12개의 반음으로 균등하게 나누는 것, 즉 2의 12 제곱근이라는 비율로 음 간격을 정확하게 균등 분할 한 것입니다.

덕분에 어떤 조성에서도 같은 아름다움으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24개의 장조와 단조 모두에서 프렐루드와 푸가를 작곡했습니다. 1권 1722년, 2권 1744년, 총 48쌍의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이것이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입니다. 훗날 한스 폰 뷜로는 이 곡집을 건반음악의 구약성서라 불렀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신약성서라 말하였습니다.

 

Prelude and Fugue No. 1 in C Major, BWV 846: Prelude · Glenn Gould · Johann Sebastian Bach

 

글렌 굴드의 연주는 지성적이고 분석적인 해석으로 바흐의 구조미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프랙탈 구조 — 바흐 음악 속 우주의 법칙

바흐 음악을 오래 들어본 분들은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 음악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어떤 질서, 어떠한 이치에 의한 움직임을 담고 있다는 느낌 같은 거 말입니다.

이것은 그냥 단순한 느낌이 아닙니다. 현대 수학자들이 실제로 연구한 결과, 바흐의 푸가 구조가 프랙탈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프랙탈이란 작은 부분이 전체와 똑같은 구조를 반복하는 자연의 패턴입니다. 나뭇가지, 눈의 결정체, 해안선, 은하의 나선구조가 모두 프랙탈입니다. 바흐의 푸가에서는 하나의 주제가 반복되면서 변형되고 겹쳐지는데, 이 방식이 자연계의 프랙탈 구조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바흐는  수학을 공부한 작곡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자연의 법칙과 같은 구조로 음악을 썼습니다. 그가 음악 속에서 신의 질서, 즉 우주의 이치를 표현하려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바흐는 독실한 루터교 신자로 , 모든 악보 끝에 "Soli Deo Gloria" 오직 신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문구를 적었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예술이기 이전에 우주의 질서를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바흐 음악이 절대음악의 정수로 불리는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 절대음악과 표제음악 바로가기

                 Johann Sebastian Bach The  Well Tempererd Clavier I, Prelude & Fugue No 1 C major BWV 846 András Schiff piano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연주로 우리의 곁으로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처음 접하는 분에게 권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사랑한 음악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바흐 음악의 열렬한 애호가였습니다. 그는 "바흐 음악은 우주의 구조를 닮았다"라고 했습니다. 상대성이론을 완성한 인물이 우주의 법칙을 바흐의 음악에서 보았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닐 것입니다. 음을 알면 세상이 순환하는 이치를 알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님을 아인슈타인이 증언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프렐루드 1 번을 듣는다는 것 

악보를 보면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화음을 분산시켜 물결처럼 흘러가는 아르페지오의 반복이 전부입니다. 특별한 멜로디도, 복잡한 대위법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처음 바흐를 들었을 때 기계적이고 무표정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클래식을  오래 듣다 보니 이 기계적으로 무표정했던 음이 가장 순수한 음악으로 들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꾸밈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본질에 가까운 것입니다. 

마무리 

모든 음악은 바흐에서 나와 바흐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흐가 없었다면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브람스도 지금과 달랐을지 모릅니다.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는 칭호는 단순한 수사가 아닐 것입니다. 그는 우주의 질서를 소리로 담아 악보에 새긴 인물이었으니까요.

'득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술가가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말하는데 득음의 경지를 통하여 세상의 이치, 곧 우주만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이에 도달하였던 것 같습니다. 또 '지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득음한 소리를 알아주는 것을 말함인데 결국 득음과 지음이 같은 경지에 이를 때 하나의 세상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클래식을 듣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연주자들의 득음을 듣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지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수백 년 전의 천재 작곡가들,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작곡가들과 지음의 관계가 되어 우리는 소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 위키피디아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 위키피디아  프랙탈
  • 한스 폰 뷜로 관련 음악사 자료